| 나이든 많은 작가분들이 선호하는 풍경이 있다.
그리고 그 풍경을 찍기위해 그 풍경 속 어딘가에 자리잡는 위치가 있다.
그래서 그 위치는 그 풍경을 찍기위한 가장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나 있고,
그 곳에서 찍은 사진들은 대부분 거의 비슷한 예쁜(?) 풍경이 된다.
처음 시작한 초보자나 연륜이 있으신 분들도 멋진 풍경을 찍기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며
좋은 사진을 찍기위해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게 소비한다.
좋은 장소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포토그래퍼들 끼리 싸웠다는 웃지 못할 일도 풍문으로
들려오기도 한다.
다른 사람을 의식해서 촬영을 하며, 일반적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풍경사진을 꺼내어
자랑을 하는 사람들을 본다. 그리고 그것이 많은 작가들이 답습해온 길이기도 하다.
지금은 작고하신 화가 황창배 선생님이 나와의 여행중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황선생, 거지 발싸개 같더라도, 자기것을 그려야지."
그것이 사진이든, 그림이든,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의 영원한 화두가 아니겠는가.
3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그림이 입상되는 미술 공모전, 사진 공모전들..
세월이빠르게변해가는 현대사회에서 의식은 왜 변하지 않는가?
예술이 자기 의식의 표현이라면 급하기로 소문난 지금의 화가나 사진작가가 선배들의
화풍과 심사위원들의 구미를 잘 맞추어 갈 수 있을까?
그것도 대단한 실력이라면 실력이다.
하지만 다른 사이즈의 신발, 서로 다른 키, 서로다른 얼굴 생김새, 다른 눈높이를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똑같이 맞추어간다는 말인가?
그렇기 때문에, 자기 성향에 맞는 소재(의식)을 찾아서 가야한다는 것이다.
찾으려고 가는 길과 답습하려고 가는 길은 결과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일 것이다.
이를테면 서울엔 오래된 시민 아파트가 있다.
대부분 얼마 안되는 시민아파트는 시내를 내려다 보는 곳에 위치해 있으며
슬럼화 되어있고 거주자들은 거의 떠난채로 있다.
시민아파트라는 매개를 통해 사진으로 표현해보는 것은 어떨까?
발전이라는 미명아래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한 개인의 삶 또는
공동체의 삶을여실하게 드러낼 수 있지 않겠는가.
명동에는 명동성당이 있다.
명동성당 뒤쪽에 만들어 놓은 공간, 나는 이상하게 거기에 시간이 멈춰져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곤한다. 그 처럼, 저녁의 노을로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통해 정체된 시간을 찍는 일은 어떨까?
또, 혼자 사시는 노인을 줄기차게 찾아가서 그들의 느낌을 찾아내는 일과 기록해 보는 것은
어떨까?
권순철이란 화가분은 거친 마티에르로 사람들의 얼굴을 그렸는데,
우리는 사진으로 그 분들의 세월의 흔적과, 2005년의 겨울을 그 노인들을 통해 찍어내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흔들리는 풍경, 사물의 뒷모습 등의 느낌들을, 화려하고 좋은(?)풍경이지만 천편일률적인
사진들과 대비해보라.
새롭게 찾기를 원하면, 새로운 시각이 눈뜨여질 것이다.
사진으로 득도하지말란 법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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